동거를 시작하게 되면서 제일 문제는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헐레벌떡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우선 1년 정도 살 월세 방이 필요했습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5만원, 1.5룸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의 문제는 옵션이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수납장과 세탁기, 냉장고를 놓고갔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군요..
일단 집에서 캠핑용품을 가져와봅니다.

백수 생활을 청산하며 캠핑도 더 자주 다니지 못하게 되었는데
이렇게라도 쓰이니 참 좋네요.
캠핑 장비의 입장에선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우리가 홈캠핑을 표방한다고 해도
인간적으로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 있을 것입니다.
급하게 그 전날 쿠팡의 힘을 빌려보기로 합니다.

우선 수건 10장을 구매했습니다.
괜히 새 집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호텔식 수건 접기를 해봅니다.

전 세입자가 놓고 간 수납장을 가로로 눕혀 화장대로 꾸며보았습니다.
아무래도 1년만 살고 갈 곳이기에 새로 무엇인가 구매하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거울도 전 세입자가 놓고 간 것인데
가로 길이가 너무 짧지만 나름 쓸만합니다.

침대를 살까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단 캠핑용 자충 매트를 구매 해서 침대로 활용합니다.
슈퍼싱글정도의 크기여서 대충 둘이 잘만합니다.
예비(신혼)부부의 거리는 어짜피 가깝기 때문이죠.

전 세입자가 놓고간 화이트+우드 수납장 위에
허세스러운 물건들을 올려 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물건들이라 돈은 들지 않았습니다

오늘의집에서 골라본 이불과 베개,
와이프(진)가 미리 구매해 둔 잠옷입니다.
와이프(진)가 본가 쪽에서 일이 끝나고 오기전에
넓은 방에 혼자 있던 저는
옷을 넓게 펼쳐 누군가와 함께 있다는 느낌을 풍겨봅니다.
포근해지는 느낌입니다.
이제 준비는 마쳤습니다.
저희는 첫 입주날의 혹독한 환경에서
나름 호화로운 하룻밤을 보낼 준비를 완료했습니다.
제가 구한 아파트가 저보다 나이가 2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저 알 수 없는 파이프는 가스 배관입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집 한가운데를 통과하게 만들었는지 의아합니다.
제대로 되어있었다면 어떻게든 인테리어 요소로
아득바득 사용해먹었을텐데
좌측이 좀 내려앉아 수평도 안맞습니다.
정말 불편한 구조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접시가 메인인 사진이지만
이제는 아래 주방수도꼭지가 메인입니다.
그 흔한 코브라 호스도 아니고
왠 스칼라 로봇의 외팔 같은 길고 우람한 파이프가 우릴 반깁니다.
문제는

이 수도꼭지 파이프가 굉장히 길어서 싱크대의 끝에 걸립니다.
정말 이런 불편함을 아무렇지도 않게 감내하며 살았던
전 세입자에게 존경의 마음까지 들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평생을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처음으로 세상밖에 나온 애송이입니다.
그나마 경험은 군대의 2년과, 대학교 4학년 고시원 생활 6개월 했던게 다죠.
그 와중에 멀리서 나만 믿고 타지로 와준 와이프(진)까지.
알 수 없는 책임감과, 두려움, 설레임이 공존하는 이상한 시작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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