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한달 전.
남자 5명이서 큰 계획없이 장소만 정해서 떠났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서
한명은 여수에서.. 한명은 남양주에서..
이런 이유로 그 중앙 쯤인 논산이 당첨되었다.
논산으로 정하고 보니 다들 군대 시절의 추억에 빠져서
계획 수립에 진전이 없었다.
그리하여 내 기준에서는 매우 즉흥적인 여행이 시작되었다.
출발하는 날.
비를 내리려고 하늘이 잔뜩 벼르고 있었다.
가산디지털단지의 뚜벅이 둘을 태우러 성남에서 출발했다.
퇴근시간이 겹쳐 차가 세상 많은 서울의 도로.
짜증과 괴로움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논산까지 약 3시간.
세상 깜깜한 길을 지나 도착한 병암유원지.
도착하자마자 비가 쏟아져내린다.
사진찍을 정신도 없이 서둘러 텐트를 치고
타프를 치고 겨우 자리를 잡았다.
비가 너무 많이와서 타프도 계속 주저앉으려고 한다.
고기를 굽기 시작한 시간 오후 10시.
짜글이와 고기, 술로 늦은 저녁을 대신한다.
빗방울이 타프위로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물론 술의 역할이 비율이 좀 더 크다.
이튿날.
더위와 숙취에 깬 우리는 바로 앞 강터에 뜬금없이 낚시를 하러 간다.
어제 비가 온지도 모르게 날씨가 화창해진다.
물고기가 잡힐까 싶었는데 세상 잘 잡혔다.
큰 형님은 물고기를 잡고 세상 즐거워 했다.
아마 물고기를 잡은 기쁨보다
새벽 4시까지 마신 술이 엔돌핀을 만든게 아닌가 싶다.
태양에 살갗을 벌겋게 익히고 나서
점심 먹을 준비를 시작한다.
점심은 여수에서 온 친구가 자신있게 선보이는
미국식 햄버거와 핫도그.
재료부터가 심상치 않다.
첫 메뉴는 햄버거다.
훈연칩으로 훈연 맛을 낸 고기 패티와
더블치즈와 양파.
그리고 버터를 발라 구운 빵과 소스.
캠핑에서 이렇게 호화롭게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정말 맛있는 맛이었다.
하나를 다 먹기 무섭게 바로 다음 요리가 준비된다.
마찬가지로 훈연의 맛을 낸 소세지와
직접 볶아 만든 칠리.
마성의 체다치즈딥소스가 만나 만들어진
핫도그...
영상에선 친구가 옹골차다고 표현한다.
말그대로의 표현이다. 정말 옹골차다.
역시 여행에는 요리잘하는 친구가 한명씩 있어야 하는 바
특히 그것이 내가 아니라면 더더욱 금상첨화일것이다.
.
.
.
그렇게 배부름에 지쳐있을 때
하늘이 완전 개어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었다.
엄청난 무더위에 시달리며 우리는 점점 지쳐만 갔다.
아이스크림도 사다먹고
사우나도 다녀오고
텐트에서 잠을 청해보기도 했지만
바람도 불지않는 무더위에는 그로기 상태가 될 수 밖에없었다.
날이 어둑어둑해질때 얄밉게도 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친구는 마지막 저녁요리 '버팔로 윙 스타일의 닭다리'를 만들어냈다.
닭다리는 영롱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릴정도로
윤기있고 먹음직스러운 결과물이 되었다.
이튿날은 친구덕에 세상 잘먹은 하루였다.
하지만 역시 마무리는 또 술이었다.
다음날 아침.
새벽내내 비가 억수로 쏟아져내렸다.
일어나보았더니 텐트앞에 물웅덩이가 생겨버렸다.
그리고 바깥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유원지 앞 강물이 엄청나게 불어있었다.
강 바닥이 보일정도로 메말라있었는데
간밤에 폭우때문인지 어딘가에서 물을 방류했는지
엄청난 급류로 바뀌어있었다.
서둘러 친구들을 깨워 캠핑 사이트를 정리한다.
뭐 털고 이런것도 없이 그냥 트렁크에 쑤셔박고나니
우리가 있던 캠핑장소가 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원래 개인적 여행의 목적은 힐링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장거리 운전, 무더위, 비, 홍수, 벌레 등
있을 수 있는 모든 어려움을 겪어 힐링과는 거리가 먼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만큼 기억에 남는 여행은 없을 것같다.
다같이 힘들었고 다같이 즐거웠다
처음보는 자연의 급격한 변화,
맛있는 음식,
살을 태우는 햇빛.
이 모든게 나중엔 추억이 될 것이다.
P.S. 우중캠핑의 감성과 반비례하는 종료 후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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