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전야제] 큰 신혼여행 전, 작은 신혼여행을 가보자 (제주도 4박 5일) - episode 1
2024년 4월
성혼선언문에 의해 완전한 유부남이 되었다.
유부남이 된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신혼여행이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남편인 나의 소망이 십분 반영된 결과였다.
이유인 즉슨 캐나다에서 오로라를 볼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와이프를 캐나다라이팅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되겠다.
하지만 문제는 결혼식이 끝나고 바로 캐나다를 간다면
오로라 관측시기가 아니어서
"오로라를 관측한" 여행자가 아닌
"오로라가 관측되는 곳"에 여행을 한 사람이 될 뿐이었다.
하지만 신혼이 되자마자 집에만 있다면 그건 상당히 몹쓸 짓 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한국인에게 만만한 여행지는 몇 곳으로 추릴 수 있다.
하나는 일본, 하나는 동남아.
그리고 "제주도"
우린 캐나다라는 큰 신혼여행을 가야하기에
작은 신혼여행이라는 테마에 맞게 국내인 제주도를 선택했다.
내 여행계획에 엑셀표는 청심환이다.
집 밖에 나서는 순간 부터는 고통과 번뇌의 연속이기에
심신의 안정을 위한 앞날의 지침은 꼭 구비해두는 편이다.
표를 보는 것이 어지러운 사람들을 위한 배려를 이행하자면
1일차에 도착해서 렌트카 타고 동문시장 근처에서 놀고
2일차에 서귀포 부근으로가서 자연경관을 보고
3일차에 우도를
4일차에 협재와 애월
5일차에 복귀하는 일정이다.
여행을 떠나기전 얼추 잡은 여행의 예산은 2인 230만원 정도였다.
하지만 여행의 예상 경비는 아무짝에 쓸모없다는것을
여행을 다녀본 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말일 것이다.
여행 0일차. 김포 공항 근처
여행 계획이 무색하게
첫날 부터 즉흥적인 행동을 개시한다.
비행기가 아침 비행기였기때문에
NOT미라클 모닝을 열심히 실천하고 있는 우리 부부는
공항 근처에서 하룻 밤 자기로 결정한다.
오후 6시 30분
집 근처의 공항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향한다.
여기서부터 당황스러운 일이 발생한다.
(*당황스러운 일을 서술 할 땐 보통 필자의 씁쓸한 감정이 전달되기에
이런 감정의 소모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맨 밑 단으로 내려가 결과를 읽으면 되겠습니다.)
나는 사실 공항버스를 잘 타진 않는다.
비행기를 탈 일이 많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몇 년전 특정할 수 없는 흐릿한 기억을 통해
그냥 버스 타듯이 버스카드 태그하고 탑승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이게 왠걸 공항버스도 체계가 생겼다.
버스타go 라는 앱에서 예매를 해야만 버스 탑승이 가능했다.
예매를 하지 않으면 버스 기사의 대단한 짜증과 불친절을 경험하게 될것이다.
버스 정류장 앞에 예매를 위한 안내문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다행히 우리는 출발역이었기때문에
버스 기사님의 대단한 배려로 탑승할 수 있었다. (버스 카드를 찍고 말이다.)
그 뒤에 멈추는 여러 정류장에서도
나와 같은 사람이 참 많았는데
그들이 경험하는 것도 나와 다를게 없었다.
기사님의 태도와는 다르게 버스는 정직하게 공항에 잘 도착한다.
불타는 금요일의 서울 교통체증을 뚫고 9시쯤 숙소에 도착한다.
1박 6만 5천원하는 방이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의 숙소였다.
바퀴벌레 한마리 쯤 나오고
침대 위로 출처를 알 수 없는 머리카락도 있고
방음은 안 되고
하지만 어쩌겠는가. 우리의 짐은 너무 무거웠고
지금은 여행 중이 아닌것이다.
여행 준비 과정일 뿐이니 눈 딱 감고 참아보았다.
숙소 앞에서 밥을 먹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영 갈만한 곳이 없어서 역전할맥을 들렀다.
역전할맥도 사실 처음 먹어보는데
명성을 잘 못 전해 들었는지 뭔가 술도 안주도 별로였다.
여행 0일차.
잠에 들기 전 생각했다.
"도대체 이번 여행은 얼마나 재밌으려고 이렇게 하루종일 액뗌만 하는걸까?"
낙천적인 사고방식으로 이 모든 억까 상황을 이해해보려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현실로 다가온다.
- 계속 -